2026 EXHIBITION
2026 EXHIBITION
애도하는 궤
기간
2026. 06. 05.(금) - 06. 18.(목) 10:00~18:00
장소
호랑가시나무 글라스폴리곤
작가
김기린 선화
「애도하는 궤 Grieving Orbis」는 애도의 궤적을 따라, 여러 관계 속에서 구성되어 온 나의 형상을 다시 더듬어보는 작업이다. 이는 죽음과 비극을 대하는 감각과 태도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된다. 참혹함, 엄숙함, 비통함. 그런 무거운 태도만이 애도를 대하는 방법일까? 무거운 태도가 필연적으로 깊은 마음을 말해주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일상의 산책길 위에 드리우는 둥근 햇빛 자욱들, 너무 밝아서 오히려 얼굴이 지워져버린 사진들, 반복해서 떠오르지만 끝내 완전히 붙잡히지 않는 문장들. 소멸은 그런 빛나는 것들로부터 읽힌다. 애도의 감각은 끊겼다. 이어졌다. 다시 끊겼다. 다시 이어졌다. 일상을 가로질러 진동한다. 그것은 반복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단 한 번도 같은 형태로 돌아오지 않는다. 쌓이지 않기에 아리고, 사라지기에 더 오래 남는 감각들이다. 몸 안에 배인 그런 애도의 잔상을 짚어보고 공기 밖으로 꺼내보려 한다.
이번 전시는 집단적 서사에 묻힌 개인적 서정을 회화화해보려는 시도이다. 우리 일상 속 사소하고 사사로운 나의 비극을 씹어 삼키고, 나를 비추는 너의 비극을 다시 기워내는 일이다. 그저 무감각하게 이미지와 텍스트로 마주했던, 이야기가 없고 물성이 없던 너의 비극과 관계 맺어 적극적인 애도를 건네는 일이다.
우리가 생과 죽음으로 공평하게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기꺼이 애도받아 마땅하고, 누구나 기꺼이 애도할 수 있음을 함의한다. 거대한 서사 속에 가려졌던 애도, 타인의 언어로 설명되며 희미해졌던 개인적인 애도의 감각을 되찾아야 한다. 체감하지 못했던 감각을 다시 몸으로 소환해야 한다.
As above, so below.
고대 신비주의 철학 속 이 문장은 전시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감각에 가깝다. 거대한 역사와 개인의 몸, 집단적인 참사와 사적인 불면, 도시의 진동과 심장박동은 완전히 분리되어 있지 않다. 나는 그 연결되지 않는 것들 사이를 계속 왕복하며, 애도를 다시 번역해보려 한다.
전시는 이후 BPM Lab의 레이브 프로젝트 「TAZ」로 이어진다. 여기서 레이브는 단순한 유희나 해방의 공간이 아니라, 흩어진 감각들이 잠시 같은 호흡 안에서 진동하는 임시적 공동체가 된다. 반복되는 BPM과 사운드의 잔향 속에서 문장들은 더 이상 읽히는 언어가 아니라 몸을 통과하는 리듬이 된다. 그리고 애도는 슬픔을 설명하는 일이 아니라, 서로의 존재를 잠시 감각하는 방식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