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EXHIBITION
2025 EXHIBITION
오 하나 인피니티, 소환된 미래 기억
기간
2025. 05. 16.(금) - 06. 06.(금) 10:00~18:00
장소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 글라스폴리곤, 베이스폴리곤
작가
송창애
어떤 고통은 말해질 수 없고, 어떤 기억은 형상화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것들은 분명히 존재하며, 우리의 삶과 역사에 깊은 흔적을 남깁니다. 이번 전시는 송창애 작가가 5·18과 세월호, 911테러 등 폭력적 행위로 인한 희생자라는 깊은 트라우마를 마주하고, 이에 응답하는 섬세하고도 단단한 예술적 기록입니다.
이번 전시는 2024년 6월, 송창애 작가가 5·18을 주제로 한 지정남 배우의 1인극 '환생 굿' 공연을 관람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날 객석에서는 1980년 5월, 자식을 잃은 어머니들이 조용히 앉아 있었습니다. 어떤 말도 없이, 눈물도 없이, 그저 고요히 지켜보던 그들의 모습 속에서 작가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깊은 아픔을 마주했습니다. 그것은 고통 그 자체였고, 보이지 않았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작가와 감응하여 내면 깊숙이 스며드는 강렬한 슬픔이 되었습니다. 나중에서야 송창애 작가는 그 어머니 중 한 분이,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에 등장하는 문재학 학생의 실제 어머니였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이미 수십 년 전의 사건이지만, 그날의 고통은 여전히 그녀들의 삶 속에 침잠해 있었고, 마치 투명하고 흔한 물처럼 일상 속에 섞여 있으면서도 강렬한 흔적을 남기고 있었습니다.
송창애 작가의 작품은 폭력을 표현하지 않습니다. 직접적이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멀리서 보면 산수화처럼 아름답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그 안 깊숙이 고통의 피라미드가 세워져 있어 고통은 오히려 더욱 깊이 스며듭니다. 최근에 송창애 작가는 미디어 설치 작품을 선보이지만 주로 그녀는 물을 다루고, 한지를 사용합니다. 물은 열을 가하면 증발해버려 흔적도 없이 사라집니다. 그렇지만 한지 위에 물이 스며들면 물의 자국은 지워지지 않는 상흔처럼 남습니다. 이는 마치 우리가 겪은 아픔과도 닮아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흔적은 남습니다. 그리고 그 흔적이 바로 존재의 증거입니다. 한지라는 매체 위에 남겨진 작가의 흔적들은 언어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상실과 슬픔, 분노와 연민을 담고 있습니다. 이 작업들은 고통을 외면하거나 과장하지 않고, 그것을 있는 그대로 정제된 아름다움으로 감싸안습니다. 이는 기억을 지우기 위한 예술이 아니라, 고요하게 마주하고 지속적으로 감각하기 위한 예술입니다.
우리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아야 할 폭력이 되풀이되는 시대를 살아갑니다. 그 반복 앞에서 우리는 고통받고 상처 입지만, 기억을 멈추지 않기에 전진합니다. 이 전시가, 말없이 흘러가지만, 결코 사라지지 않는 고통의 흐름에 잠시 머물며 함께 기억하고 응시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