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EXHIBITION
2025 EXHIBITION
Life·Still ·Object : 조용한 사물들
기간
2025. 08. 21(목) - 08. 31.(일) 10:00~18:00
장소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
작가
황정후
[작가노트]
오래된 것, 잊혀진 것, 포장된 것, 의미를 잃은 채 정돈된 것들.그것들은 마치 숨결이 멈춘 자리처럼 고요하고 차갑다.하지만 그 고요함은 이상하게도 불편하지 않다. 오히려 부드럽고 다정한 안개처럼우리가 삶에서 놓치고 지나쳤던 무언가를 환기시킨다.
과일은 익숙하지만 단면을 열었을 때 전혀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정리된 듯한 오브제는 깨끗하지만 더 이상 우리가 알던 기능을 수행하지 않는다.나는 이렇게 멈춰진 존재들 사이에서 무수히 펼쳐지는 침묵의 대화를 듣는다.
무엇이 끝난 후에도 사물은 여전히 존재하며 오히려 더 깊고 긴 이야기를 시작한다.그것은 어쩌면 ‘끝’이라는 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단순한 멈춤이 아니라는 뜻일지도 모른다.
모든 존재는 겉과 속이 다르며, 그 안팎을 가르는 얇고 연약한 경계 위에 서 있다.나는 그 경계를 조심스럽게 들어 올리고, 그 아래 숨겨진 사물들의 맨얼굴을 조용히 바라본다.거기엔 한때 살아 있었던 것들의 흔적과 그 너머를 향한 사유가 맴돌며 고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