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EXHIBITION
2024 EXHIBITION
판소리, 모두의 울림
제15회 광주비엔날레
기간
2024. 09. 07.(토) - 12. 01.(일) 10:00~18:00
장소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 글라스폴리곤, 베이스폴리곤
작가
줄리앙 아브라함 "또가", 전형산, 리디아 오라만, 손수민
30주년을 맞아 30개국 72명의 작가가 참여하는 제15회 광주비엔날레 《판소리, 모두의 울림》(PANSORI: A Soundscape of the 21st Century)은 현시대 복잡성의 좌표를 그리는 시도이다. 분쟁적 국경, 반-이주 장벽, 감금, 사회적 거리 두기, 분리 정책… 언뜻 서로 다른 것처럼 보이는 이 화두들은 ‘공간,’ 그리고 그 정치적 구조라는 공유지를 갖는다. 이산화탄소와 도시 생활, 사막화와 이주, 삼림 벌채와 사회적 투쟁, 동물 생태계 파괴와 식물 침입이 모두 잔혹하게 연결되는 새로운 세계 지도, 새로운 위상학의 출현을 기후 변화의 주된 영향으로 볼 수 있다. 《판소리, 모두의 울림》은 개인의 거처부터 인간이 점령한 지구 전역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에 대한 오페라적 전시이다. 풍경(風景)이 곧 ‘사운드스케이프,’ 즉 음경(音景)이기에, 전시는 음악과 시각적 형식을 연결하는 서사로 구성된다. 17세기로 거슬러 올라가는 판소리는 소리와 공간의 관계를 상징하는 한국 고유의 음악 장르이다. 한국어로 판소리는 말 그대로 ‘공공장소에서 나는 소리’를 뜻하며 주변부 주체의 목소리로도 번역될 수 있다. 제15회 광주비엔날레는 주위 살아 있는 형상들과의 대화를 통해 동시대 공간을 탐구하는 작가들을 소개하며 판소리 본연의 정신을 재현하고자 한다. 예술은 인간, 기계, 동물, 영혼, 유기적 생명체가 공유하는 공간, 우리 모두의 관계적 공간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그 역시 특정한 공간이다. 공간은 또한 페미니즘부터 탈식민지화, 성소수자 인권에 이르기까지 모든 해방 투쟁을 연결하는 매듭이며 공간의 구분은 언제나 지정학적이다. 전시에 참여하는 몇몇 작가는 인간의 존재로 포화한 현시대의 풍경과 도시 조건, 혹은 산업화가 자연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표현함으로써 공간 문제에 접근한다. 어떤 작가는 기계, 동물, 박테리아 및 기타 생명체와 대화를 나누거나 세계의 분자 구성을 탐구하며 공간 자체를 열어젖히고, 또 다른 작가는 우주적 규모로 작업하며 현대의 샤머니즘을 발명한다. 극한의 조밀함부터 사막의 광활함까지, 《판소리, 모두의 울림》은 걸어 들어갈 수 있는 오페라로서 모습을 드러낸다.
줄리앙 아브라함 "또가"(Julian Abraham “Togar”)
줄리앙 아브라함 “또가”는 학제적 작업을 하는 예술가이자 음악가, 사회 연구가이자 유사 과학자로서 소리를 실험한다. 또가의 작업은 음악·사운드스케이프·능동적 듣기·프로그래밍·워크숍 기획 등 다양한 기술과 관심사를 넘나든다. 다양한 양식을 통해 자신을 둘러싼 현실 속에서 기능하는 방법을 탐구하고, 거대한 구조가 가진 리듬의 흐름과 역류를 파악하여 장난스럽게 활용함으로써 그 속에서 자신의 유동적인 위치를 고려한다.
이번 광주비엔날레를 맞아, “또가”는 진행 중인 프로젝트 〈OK 스튜디오〉 (2024)의 일환으로 새로운 실험을 선보인다. 이 2채널 비디오 설치 작업은 인터뷰·내레이션·사운드 구성과 함께 영화 속 소리의 역할을 탐구한다. 오션 드럼 타워·악기·사운드 시스템 등 〈OK 스튜디오〉에서 보았던 자동 및 수동 요소들이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관람객을 설치 작업 속으로 초대하는 소리 경험을 구현해낸다. 이와 더불어 〈락커는 락할 것이다〉 (2021)라는 제목의 비디오 작업은 소리와 환경에 대한 작가의 실험을 강조하며 전시의 키네틱 요소와 소리적 상호작용에 기여한다.
전형산(Hyoungsan, Jun)
전형산은 설치와 사운드 퍼포먼스를 통해 비 음악적 소리의 구조화를 탐구하는 학제적 예술가이다. 소리는 생산되고 인식되는 문화적 맥락에서 영향을 받고, 사회 역학을 탐구할 수 있도록 예술가에게 풍부한 팔레트를 제공한다.
설치 작업 〈불신의 유예#3; contact〉 (2018)는 소리에 대한 일상적인 청각 경험을 감각적이고 공간적인 경험으로 발전시킨다. 6개의 발광 안테나가 회전하는 실린더가 발생시키는 주파수를 포착하여 전시장 내 배치된 4개의 스피커를 통해 재분배한다. 느리게 회전하는 실린더는 안테나가 생성하는 리드미컬한 빛의 패턴과 함께 마치 진화하는 그래픽 악보처럼 나타난다. 작업은 소리·공간·시간 사이의 관계를 설정하는 몰입 과정을 통해 환경에 예술적 차원을 부여하고, 그리하여 환경에 대한 우리의 인습적 개념을 재고하도록 유도한다. 이로써 관객은 자신과 자신이 인식하는 정보의 관계를 재검토하게 되며, 결과적인 판단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이 관계를 신중하게 분석해야 함을 작가는 강조한다. 전형산은 해당 작업을 통해 보다 심오하고 본질적인 현실과 마주하도록 우리를 초대한다. 작가는 관습과 선입견을 넘어, 세상을 피상적인 소음으로 보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인식하려는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리디아 오라만(Lydia Ourahmane)
리디아 오라만은 학제적 작업은 이동의 복잡성과 탈출·출발·이주·공동체·기원 등 이동을 형성하는 행위를 살펴본다.지정학과 식민주의의 얽히고설킨 역사와 흔적으로 이동에 관한 작가의 탐구는 더욱 복잡한 양상을 보인다. 알제리에서 태어나 알제리가 아닌 다른 곳에 터를 잡았다는 사실이 오라만의 작업에서 중요한 맥락을 구성한다.
이번 광주비엔날레를 맞아, 오라만은 〈희망의 집 아카이브〉 (1989 - )를 선보인다. 작가의 부모는 이슬람이 국교인 알제리에 거주하는 기독교 선교사였다. 작업은 알제리 내전 (1991 - 2002년) 기간 오라만의 가족이 설립하고 봉사한 신앙 공동체에 대한 사진 기록으로 구성되어 있다. 작가의 부모님이 직접 소장한 기록물에서 가져온 극히 개인적인 이 작업은 격동의 시기 공동체에 대한 이해를 심화한다. 사진은 비동기식으로 설치된 슬라이드 프로젝터로 상영되며, 동질감을 느끼는 일상적 순간들을 통해 시간의 불안정성, 손아귀에서 곧잘 빠져나가는 기억의 특성, 신앙의 잠재적 물질 형태를 가슴 아프게 상기시킨다. 작업이 전시되는 이 특정한 장소, 호랑가시나무 베이스폴리곤은 광주에 정착한 기독교 선교사들이 숙소로 사용하던 곳이라는 점에서 작업과 다시 공명한다.
손수민(Soomin Shon)
손수민은 주어진 사회적·문화적 틀 안에서 우리가 어떻게 소통하고, 연결되고, 분리되는지에 초점을 맞춰 인간 상호 작용의 복잡성을 탐구한다. 설치와 퍼포먼스를 통해 코드화되거나 코드화되지 않는 커뮤니케이션의 역학 관계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유도하고, 관객으로 하여금 현대 사회 속 자신의 존재와 그 속에서 맺는 타인과의 관계를 재평가하도록 한다.
이번 광주비엔날레를 맞아, 손수민은 비디오 설치 작업 〈3개의 스마트폰, 22개의 충전기, 4개의 콘센트〉 (2018년 제작, 2024년 개작) 를 선보인다. 작업은 뉴욕 타임스 기사에서 발견한 한 사진을 재현하는데, 이는 이주민들이 멀티탭을 중심으로 원을 형성한 채 스마트폰을 충전하고 있는 모습을 담고 있다. 사진이 스마트폰 충전이라는 보편적인 필요를 반영한다는 점에 매료된 작가는 스마트폰 세 개, 충전기 스물 두 개, 전원 코드 네 개를 모아 원본의 구성을 충실히 재현한다. 주차장에서 모 장면을 촬영하던 중 멀리서 교회 종소리를 듣고 시간을 추론할 수 있었고, 이 사소한 사실은 작가로 하여금 인간과 소리의 관계를 재고하게 하였다. 소리는 순간에 대한 기억을 즉각적으로 불러 일으킬 수 있으며 기억은 고향에 대한 감각과 연결되기도 한다. 작가는 여정을 앞둔 이주민들이 스마트폰을 충전하는 동안 듣고 있을 사운드트랙에 관심을 보인다. 작업은 현대 기술·이주·개인의 기억을 반영하여 스마트폰이 이주민의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보여 준다. 스마트폰은 기관이나 단체와 연결될 수 있는 국제 의사소통 도구 이며, 과거 및 문화적 정체성과의 필수적인 연결 고리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