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EXHIBITION
2021 EXHIBITION
꽃, 빛
기간
2021. 08. 20.(금) - 08. 26.(목) 10:00~18:00
장소
호랑가시나무 글라스폴리곤
작가
윤미지
나는 세상 속을 둥둥 떠다닌다. 프랑스에 홀로 거주하며 이사할 때마다 버려야하는 물건들, 외국인으로서 섞여들어갈 수 없는 낯선 상황들을 마주하며 물질적인 집 대신 작가로서의 경험적 집에 대한 갈망을 갖게 되었다. 나의 집은 나의 안에 있다. 설치, 드로잉, 사진과 비디오 등의 다양한 매체를 통해 사람들을 나의 집에 초대한다.
모든 삶의 기억들은 자취를 남긴다. 흔적은 우연의 누적이며 다름의 아성블라주이고 역사의 증인이다. 벽에 간 금이나 돌의 결 뿐만 아니라, 하나의 개인도 그가 겪은 물질적-비물질적 경험들의 집합체이다. 일상은 이 숨겨진 이야기들로 가득차 있고, 외부인으로서 한 걸음 떨어져 관찰할 때 선명하게 드러난다. 익숙해져 보지 못 하던 것들을 세삼스레 볼 때, 그만의 아름다움도 발견하게 된다. 몸 없는 이 여린 목소리들에 신체를 만들어주려 나는 작가로서 잠시 머문다. 내가 본 것은 나를 거치며 또다른 자취가 된다. 내 작업에서 나의 기억은 머물고, 그것을 겪은 당신의 경험으로 또 한번 변환된다.
나의 첫 개인전 작업이었던 “경험자 소금”(Witness Salt, 2019)은 개인적으로 큰 의미를 갖는다. 쓰나미 해일 피해로 2011년 이래로 버려져 있던 센다이의 개인 주택에서 생활하며 했던 설치작업이다. 나는 늘 일본에 정착해 살기를 꿈꾸었지만, 비행 2주 전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하면서 모든 것을 취소해야 했다. 우연한 계기로 생각해본 적 없는 프랑스에 정착하게 되었고, 아티스트로서의 삶을 선택하게 되었다. 나는 일본에 정착하는 경험을 하지 못하였지만, 경험하지 못 했다는 경험이 나의 지금을 빚어냈다. 개인의 삶의 궤적은 자신의 선택이 아니라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모든 여백이 만들어내는 것인 지도 모른다는 개념은 더 다양한 삶을 알고 싶다는 작가적 호기심을 자극했고, 관람객들의 반응에 더 큰 관심을 갖게 했다.
아트워크는 관람객과 아티스트를 시간과 공간을 넘어 소통하게 한다. 나에게 있어 예술은 평범한 일상에 새로운 시선을 가져다 주는 것이다. 경험, 혹은 경험하지 못한 것은 세상을 더 넓고 섬세한 눈길로 바라보게 하는 계기이다. 우리의 대화가 당신의 일상을 당장 바꿀 수는 없지만, 당신의 일상 속 땅바닥의 돌멩이나 부서지는 파도의 아름다움을 더 온전히 느끼게 할 수 있다면 좋겠다. 당신의 경험으로 변환된 내 기억이, 당신 주변의 숨어있는 것들을 드러나게 하는 기폭제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