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EXHIBITION
2024 EXHIBITION
FILM-LITERATURE / ARCHIVAL GHOST
기간
2024. 12. 08.(일) - 12. 21.(토) 10:00~18:00
장소
호랑가시나무 글라스폴리곤, 베이스폴리곤
작가
김호빈
<Archival Ghost>는 자크 데리다의 '아카이브 열병(archive fever)' 개념을 기반으로, 기록과 보존 체계 내에서 사라져가는 예술의 아이러니를 조명합니다. 작품은 실제 영상이 아닌 메타데이터(작가, 장소, 날짜, 작품 설명)만으로 구성되어, 디지털과 제도적 시스템이 예술을 어떻게 정의하고 통제하는지에 대해 질문을 던집니다.
두 전시는 기억과 기록, 그리고 소멸의 관계를 탐구하며, 디지털과 제도적 보존 체계가 인간 경험의 유동적이고 즉흥적인 본질을 완전히 담아내지 못하는 점을 들어냅니다.
김호빈 작가는 요나스 메카싀의 필름 다이어리에서 영감을 받아, 개인적인 서사를 날 것 그대로 영상 매체로 변환하는 영화적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여행 중 사용된 기기를 통해 기록된 장면들을 4채널 비디오 설치로 보여주며, 삶이 관찰 되고 기록되는 과정을 다층적으로 묘사합니다.
소설가의 두 가지 창작 방식인 '플로터(plotter)'와 '팬서(pantser)'중 작가는 후자를 자신의 작업 방식으로 선택했습니다. 플로터가 세부적인 줄거리를 설계하는 데 집중한다면, 팬서는 글을 쓰는 과정에서 이야기를 발견하며, 즉흥성과 우연에 의존합니다. 이처럼, Film-Literature에서 작가는 삶과 예술 모두에 즉흥적인 접근 방식으로, 사전 계획된 줄거리 없이 우연성을 통해 경험과 관계를 형성해 나갑니다. 작가는 주인공이자 저자로서, 비록 해결되지 않은 듯 보이는 이야기라도 시간이 흐르면 결국 의미와 일관성을 찾아갈 것이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불확실성을 탐색하였습니다.
이 작품은 완벽하게 다듬어진 현대 영상 작품들의 경향인, 부드럽고 매끄러운 전환과 AI로 정제된 정밀성을 거부합니다. 대신, 흔들리는 화면, 갑작스러운 컷, 다듬어지지 않은 미학 같은 불완전함을 의도적으로 수용하여 인간의 손길이 느껴지는 진정성을 유지합니다. 이러한 접근은 AI가 창작 산업을 빠르게 지배하고 있는 상황에서, 특히 영상 제작의 전환점으로 여겨지는 2024년을 맞이하여, 점점 사라져가는 인간적인 예술의 시대를 기념하는 행위이기도 합니다.
이 프로젝트는 2022년 겨울부터 2025년 겨울까지 3년 동안 진행되며, 최종적으로 장편 다큐멘터리로 완성될 예정입니다. Film-Literature는 작가가 메카스에게 바치는 헌사일 뿐만 아니라, 움직이는 문학으로서의 삶을 기록하려는 지극히 개인적인 실험이기도 합니다. 이 작품은 즉흥성과 불완전함, 그리고 불확실성 속에서 발견되는 아름다움을 증명하고자 합니다.
Archival Ghost는 제도화된 예술의 시대에서 기억, 보존, 그리고 소멸의 아이러니를 탐구합니다. 자크 데리다의 '아카이브 열병' 개념에서 출발한 이 전시는 디지털 및 제도적 시스템 내에서의 실제 경험과 재현 경험 사이의 긴장감을 살펴봅니다. 데리다는 아카이브가 단순한 자료를 수집하는 것이 아니라, 기억될 것과 망각 될 것을 적극적으로 결정하는 힘을 가진다고 주장합니다. 이번 전시는 각 비디오 에피소드가 메타데이터(작가, 위치, 날짜, 작품 설명), 즉 작품의 흔적으로만 대체되는 아카이브 부재의 시선을 통해 Reality Sandwich를 선보입니다.
Archival Ghost에서 작품은 제도적 카탈로그 구조로 축소됩니다. 영상이 없다는 것은 The Museum System(TMS)과 같은 아카이브 시스템이 Reality Sandwich의 관계적이고 즉흥적인 본질을 포착하는 데 한계를 가지고 있음을 강조합니다. 이러한 시스템은 보존을 위해 필수적이지만, 인간 경험과 상호작용의 유동성과 복잡성을 온전히 담아낼 수 없습니다.
관람객들에게 제도와 디지털 시스템이 어떻게 '예술'을 정의하고 통제하는지를 성찰하게 합니다. 특히 비영속성과 문화적 교류에 뿌리를 둔 작업이 단순한 아카이브의 항목으로 축소될 때, 그 작품은 과연 진정으로 존재할 수 있는지, 아니면 그저 존재의 흔적, 즉 유령에 불과한가라는 질문을 제기합니다.
이러한 의도적 부재 속에서 Archival Ghost는 아카이브 실천의 한계를 비판하며 보존 과정에서 무엇이 사라지는지에 대한 성찰을 제안합니다. 이 작품은 경험의 덧없음과 예술이 제도적 정의와 틀 속에 갇히는 것을 거부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찰입니다.